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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a Poem

[일상시] 곱창

by Yang'S 2020.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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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안와서 좋았던 저녁

헤어지기 아쉬워서 예정에 없던 저녁을 먹는다

예정에 없던 것은 내 지갑에 예정이 없기 때문에

 

 

중국집으로 향하던 도중

냄새에 이끌려, 추억에 이끌려서 곱창집에 향한다

벌써 머리로 계산하는 그 당시의, 그리고 지금의 나

그녀는 나를 안심시키고 먼저 출입문을 두들긴다

 

 

요리된 곱창과 함께 벗어지는 마스크

매운 양념을 맛있게 만들어주는 양배추

상추와 먹어도, 절인 깻잎과 먹어도 짝이 잘 맞는 곱창

하지만 고민스러운 나에게는 연기밖에 안 되는 맛의 평가

 

 

어제는 크지 않던 2만원이 무엇보다 크게 느껴지는 오늘

오늘이 미안함이 초라함을 넘어서는 오늘

돌아가는 개찰구에서 선뜻 20만원을 건네는 그녀

병신 같다고 생각한 나를 병신으로 만들어 주는 20만원

 

 

비가 내려서 아쉽던 저녁

부끄러움에 빨리 헤어지고 싶어서 전철에 오른다

예정에 없던 내 지갑 속 20만원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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